인사이드MLB 디키의 너클볼 왜 더 강력한가

오랫동안 팀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R A 디키(37·뉴욕 메츠)가 던지는 너클볼은 뭔가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타자들은 더 진땀을 빼고 있다. 디키의 너클볼이 웨이크필드보다 더 강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14일 탬파베이전에서 12K 1피안타 비자책 1실점 완투승을 따냈던 디키는, 19일 볼티모어를 상대로 다시 13K 1피안타 완봉승을 만들어냄으로써, 메이저리그 역대 10번째이자 1988년 데이브 스티브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에서는 1944년 짐 토빈 이후 68년 만에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1피안타 이하 완투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 두자릿수 탈삼진이 동반된 기록으로는 역대 최초다.

11승1패 2.00. 현재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WHIP에서 모두 ML 1위에 올라 있는 디키는 이대로라면 너클볼러 최초의 사이영상에 도전해볼 만하다. 만약 사이영상을 따낸다면, 만 37세의 디키는 1959년 얼리 윈(39세) 이후 가장 많은 나이로 첫 번째 사이영상을 따낸 선수가 된다. 하지만 300승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윈이 그렇게 늦은 나이에 사이영상 수상자가 된 것은 그가 36살이었던 1956년에 사이영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디키와는 전혀 다른 경우다.

그렇다면 디키는 사이영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디키에 앞서 첫 선발 14경기에서 11승 이상을 따내고 2.5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며, 9이닝당 9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단 4명으로, 1966년 샌디 코팩스와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 2000년 랜디 존슨과 2006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였다. 이들 중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한 투수는 불펜에서 시작해 5월 중순에서야 선발투수가 됐으며, 8월초에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리리아노가 유일하다.

팀 웨이크필드 ⓒ gettyimages/멀티비츠

1995년 28살의 나이로 너클볼을 완성한 웨이크필드는 이후 11번의 두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등 1994년까지의 14승에 186승을 추가함으로써 결국 200승 투수가 됐다. 하지만 1995년 27경기에서 16승8패 2.95를 기록한 이후, 웨이크필드가 풀타임 선발로 뛰면서 4.00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웨이크필드는 꾸준한 투수였지만 강력한 투수는 아니었다. 웨이크필드의 최고 시즌인 1995년과 디키의 올시즌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ERA] 2.95 [WHIP] 1.18 [AVG] .227 [K/9]5.5 [BB/9]3.1 [K/BB]1.75
[ERA] 2.00 [WHIP] 0.89 [AVG] .194 [K/9]9.4 [BB/9]1.9 [K/BB]4.74

그렇다면 디키와 웨이크필드의 구종 구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올시즌 디키와 1995년 이후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4.13)을 기록한 웨이크필드의 2008시즌을 비교해 보자(웨이크필드는 1995년과 비교하는 것이 더 맞겠지만, 아쉽게도 1995년은 PitchFX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2008 W [패스트볼] 72.9마일(13%) [너클볼] 65.1마일(82%)
2012 D [패스트볼] 83.3마일(14%) [너클볼] 76.8마일(85%)

필 니크로와의 개인 수업을 통해 완성한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은 니크로의 것과 대단히 흡사했다. 이에 웨이크필드의 너클볼은 구속이 65마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대부분 커브 또는 스크루볼처럼 낙차 크게 떨어졌다.

디키 역시 너클볼러가 되고 난 후 필 니크로 가족을 찾아갔다. 하지만 디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필 니크로의 동생, 조 니크로가 던지는 일명 ‘하드 너클볼’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너클볼을 배운 형과 달리, 조 니크로는 너클볼을 싫어했다. 그리고 빅리그 생활에 위기를 맞이하고 나서야 형으로부터 속성으로 배웠다. 이에 필 니크로는 조 니크로의 너클볼을 가지고 ‘가짜 너클볼’이라고 놀리기도 했다(조는 타석에서 형의 너클볼을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작은 복수를 했다). 조의 너클볼은 필의 너클볼보다 변화가 덜했지만 훨씬 빨랐다. 디키가 던지고 있는 79-81마일의 너클볼이 바로 조 니크로의 너클볼인 것. 디키는 변화는 적더라도 자신이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는 너클볼을 원했던 것이다.

14일 탬파베이전에서 디키는 106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98개가 너클볼이었다(패스트볼 6개, 커브 2개). 그리고 그 중 37개의 너클볼이 80마일 이상의 구속으로 들어왔다. 웨이크필드가 느린 너클볼을 철저하게 떨어뜨렸다면, 디키는 이러한 ‘고속 너클볼’을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코스로도 던진다. 디키는 탬파베이전에서 98개의 너클볼 중 55개를 타자의 벨트 위로 던졌는데, 단 1개의 정타도 나오지 않았으며 6개의 삼진이 포함된 16개의 아웃을 이끌어냈다.

보통 80마일짜리 높은 공이라면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상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다른 공들과 달리 회전이 먹지 않은 디키의 높은 코스 너클볼은, 마치 라이징 패스트볼의 효과를 내면서 다른 궤적의 싱커성 너클볼-커터성 너클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던지는 100마일짜리 패스트볼 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볼티모어전에서도 디키가 던진 높은 너클볼의 결과는 7타수 무안타 7삼진이었다.

너클볼을 높게 던짐으로써 얻는 또 다른 효과는 너클볼 투수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포수 패스트볼과 폭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 니크로가 11번이나 두자릿수 폭투를 기록하고, 웨이크필드도 5번을 기록한 반면, 디키는 지난해 기록한 9개가 최고 기록이며, 올해는 아직 1개의 폭투도 범하고 있지 않다. 또한 웨이크필드가 덕 미라벨리라는 전담포수에 철저히 의지하고(어쩔 수 없이 배리텍이 마스크를 쓴 경기는 재앙이 된 경우가 많았다) 니크로의 포수들이 공을 주으러 다니기 바빴던 반면, 디키의 포수들은 훨신 쉽게 잡아내고 있다.

또한 디키는 여기에 ‘웨이크필드표 너클볼’까지 섞어 던짐으로써 타자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웨이크필드는 너클볼의 구속 변화가 크지 않았던 반면 디키의 너클볼은 최저 65마일에 최고 81마일까지 무려 16마일의 구속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시즌 디키의 너클볼은 전체 투구수 대비 15.2%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는 웨이크필드가 2008년에 기록한 9.1%를 크게 능가한다.

웨이크필드와 비교했을 때 디키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패스트볼이다. 웨이크필드는 전성기 때도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76마일(122km) 정도였다. 하지만 너클볼투수가 되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패스트볼 투수로 지내온 디키는 평균 83.3마일(134km)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이는 배리 지토의 구속(83.5마일)과 큰 차이가 없으며, 무브먼트도 꽤 괜찮은 편이다. 즉, 디키가 던지는 83마일의 패스트볼과 최대 81마일(130km)의 너클볼은, 과거 마리아노 리베라가 97마일짜리 포심과 95마일짜리 컷패스트볼을 던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들어 높은 너클볼, 빠른 너클볼을 던지는 방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면서, 디키는 최근 삼진을 무더기로 쓸어담고 있다. 이에 디키는 지난 6경기에서 48.2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63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볼넷은 5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에 2010년과 2011년 모두 2.48이었던 디키의 탈삼진/볼넷 비율은 올시즌 현재 4.90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너클볼 투수의 기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니크로는 통산 1.85를 기록했으며, 시즌 최고 기록이 3.39였다. 웨이크필드도 통산 1.79를 기록했으며, 시즌 최고 기록은 2.63이었다.

너클볼의 여러 별명 중 하나는 ‘버터플라이’다. 타자들은 나비가 다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방망이를 낸다. 그에 비해 디키가 던지는 너클볼은 마치 벌처럼 날아온다. 그리고 ‘따끔’하는 순간 이미 상황이 종료된다. 벌은 나비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나비보다 훨씬 매섭다.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디키를 사이영상 후보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큰 시련을 이겨냈으며, 자신 만의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디키가 사이영상 투수로 올라서는 것도 꽤 근사한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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