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편지낭독 투표하는 엄마의 마음에 나도 눈물

배우 김여진씨가 지난 8일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장에서 두 장의 편지를 낭독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맨 손으로 편지와 마이크를 잡고 또박또박 편지를 낭독해가는 김여진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김여진씨가 낭독한 편지는 언론에선 보도되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겐 그 어떤 메세지보다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였다.

2011년은 ‘김여진의 해’ 였다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활약은 대단했다. 한 달 75만원을 받고 하루 10시간씩 일하다가 집단 해고당하자 49일간 농성을 벌인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기억하는가?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며 학교와 대신 싸워주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배우 김여진이었다. 또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를 우리 사회에 이슈화 시킨 “반값등록금 1인시위”를 맨 처음 시작한 사람도 배우 김여진이었다. 85호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과 합의를 하고 크래인 위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도 배우 김여진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호소에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그녀는 가장 치열한 1년을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언론과 트위터에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기를 낳기 위한 출산 때문이었다. 2012년은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기 데에 온 힘을 기울이며 지내고 있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은 잘 알겠지만 한살부터 세살까지는 엄마가 하루 종일 돌봐주어야 한다. 엄마는 아이 돌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정말 오랜만에 특별한 외출을 한 것이다. 영하의 추위 속 선거 유세장에서 그녀는 과연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되었다. 편지를 낭독한다고 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녀의 치열했던 2011년의 활동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녀의 이 편지가 그냥 평범하게 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녀의 편지 한 줄 한 줄은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눈물 짓게 했다.

▲ 영하 11도의 추위 속,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장에서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

“아가에게.”

편지의 내용은 지금 아기를 키우고 있는 김여진씨가 직접 아기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아기 엄마 김여진에게로 곧장 감정이입이 되게 했다. 참고로 기온이 영하 11도로 떨어진 밤이었고, 김여진씨는 맨손으로 편지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아가, 지금 쯤 아빠와 온 집을 기어다니며 놀고 있겠구나. 엄마가 요 며칠 너와 떨어져 있는 때가 잦아졌지. 왜 그러는 지 너에게 변명을 하려고 해.”

아기에게 변명을 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래 내용을 더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런 변명이라면 나중에 이 아이가 커서 다시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엄마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싶다. 아기야, 너는 참 멋진 엄마를 두었구나. 너무 부럽다.

“네가 이 세상에 온 이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었는데. 정말 젖먹던 힘을 다해, 널 젖먹여 키웠는데 말이야. 엄마 혼자 만의 힘으로 널 온전히 키워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

김제동씨가 청춘콘서트에서 한 말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길은 옆집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겁니다.” 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내 아이를 아무리 잘 챙긴다 해도 결국 행복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곧 내 행복의 토대를 만들어준다는 그런 의미다.

“물론 지금이야 엄마와 네가함께 있는 게 제일 좋지. 조금 더 지나면, 네가 아장아장 걷게 되고 또 말도 하게 되고 친구와 놀 줄 알게 되면 어린이 집도 가고 유치원도 가게 되겠지.

바로 이틀 전 우리동네 성당 부설 유치원에 원생을 뽑는 추첨을 하더구나. 이웃의 네 살 누나는 다행히 붙었지만 .열명 남짓 뽑는데 80명도 넘는 아이 엄마들이 그 곳에서 추첨을 했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곳에 가질 못했어. 더 먼데, 더 비싼데를 알아봐야 할테지. 네 살 밖에 안됐는데 벌써 어딘가에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아이들을 보며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더구나.”

아이를 직접 낳고 키우며 겪는 엄마의 생생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점점 붉히기 시작했다. 경쟁 사회에 내몰리게 된 많은 아이들은 곧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엄만 널 뱃속에 넣고 저기 부산 영도까지 크래인 위의 진숙이모를 보러 막 왔다갔다 할 만큼 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아가 널 낳고 나니 엄만 많은 게 두렵단다.

네 몸과 마음이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인데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참 큰 바램인 상황이야. 네가 갈 안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결국 못 찾으면 어쩌나,학교에가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아니 네가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걸 먼저 배우면 어쩌나, 성적에 목메 죽고 싶게 괴로운 학창시절은 보내면 어쩌나, 만일 대학을 포기했다고 해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하거나 네가 하는 노동이 싸구려 취급 받으면 어쩌나…

아가 엄만 매일 매일 이런 상상을 하고 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곤 해. 그래서란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이 자리에 섰단다.”

현장에 함께 있던 대학생 민유진양(21세)은 “겁 없던 김여진씨였는데, 아기를 낳고 나서 많은 게 두렵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다는 꿈은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의 꿈이다. 그 엄마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가슴이 짠해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살아가고 네가 살아가야할 이 세상이 온통 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로 변해 버린 걸 그냥 볼 수만은 없었단다. 자연은 파괴되고 아이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자살을 하고,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없으며 노인들은 자기 몸 편히 누일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사회. 너무 미안해서 이대로 너에게 물려 줄 수는 없었단다.”

“아이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자살을 하고…” 라고 말할 땐, 기자의 눈에도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하지만 김여진씨는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없는 사회, 이대로 너에게 물려 줄 수는 없었단다” 라고 말할 땐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엄만 네가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래. 네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든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네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은 나쁜 것임을 배웠으면 좋겠어. 경쟁하고 이기는 법이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웠으면 좋겠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배워 군사 독재 시절의 아픔과 민주화 과정의 많은 희생을 알게 되면 좋겠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어.

그리고 아가… 난 네가 청년이 되었을 때쯤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대륙을 건너 유럽까지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더 이상 너와 같은 얼굴, 같은 말을 배우는 북쪽의 아기들이 굶주리다 죽어가는 일도 없고, 어떤 전쟁의 위험도 다 끝이 나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유세 현장에선 이 부분이 가장 클라이막스였다. “기차를 타고 대륙을 건너 유럽까지…” 라고 말할 땐 광화문에 모인 많은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남쪽의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려 자살로 죽어가고, 북쪽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다 죽어가는 이 비극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아기에게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김여진씨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래, 말 하다 보니 엄마의 꿈이 참 크다. 참 또 하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엄마가 다시 티비에 나오고 네가 그걸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가 원래 연기를 하던 배우라는 걸 네가 알면 좋겠다.”

소박한 꿈도 덧붙였다. “엄마가 다시 티비에 나오는 모습을 네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김여진씨가 홍대 청소노동자,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관련 해결을 위해 앞장서자, 대부분의 방송사는 그녀의 출연을 꺼려했다. 방송출연금지 외압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녀의 소신 발언은 많은 국민들이 좋아했고 문제 해결의 큰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자신의 본업을 멀리해야 하는 그런 아픔을 맛보아야 했던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언론 탄압이 없어지고, 그녀가 다시 원래의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곧 오게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꿈꿔본다.

“아가, 널 위해, 그리고 엄마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있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투표의 권리를 행사할 거야.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그 초석이 될 선택을 할 거야. 그렇게 아주 조금씩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에 참여 할 거야.”

유세장에 참여한 김현기씨(32세)는 “‘아가, 널 위해, 그리고 엄마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이 말이 또 한번 가슴을 쿵 하고 때렸다.”고 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투표하는 이유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울릴 수도 있구나. 마음이 짠해져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는 것이다. 아, 왜 자꾸 이렇게 사람을 울리는 것입니까. 김여진씨~

“아가, 지금 잠시 떨어져 있어 미안해. 네 웃고 찡그리는 얼굴이 벌써 눈앞에 삼삼하다. 금방 갈게. 사랑해. 아주 많이.

2012년 12월 겨울, 제 18대 대통령선거 기호 2번 문재인 대통령후보 광화문 유세현장에서… 엄마가.”

김여진씨의 목소리는 마지막 “기호 2번 문재인”을 읽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큰 악센트를 실었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엄마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생생하게 날것으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김여진씨의 편지 낭독 영상이다.

직장인 이상희씨(35세)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진솔하고 가슴 따뜻한 지지 발언은 처음 보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왜 우리가 투표를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호소력있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김여진씨의 발언은 왜 이렇게 호소력이 강할까?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김여진씨의 소박한 바램은 곧 우리 모두의 바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여진씨의 아이가 커나갈 세상은 곧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커나갈 세상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뜨거워진 눈망울을 손수건으로 닦고, 함께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박수 소리에 맞춰 하늘 위로 크게 외쳤다.

“12월19일,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표합시다.”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장엔 영하 11도에 칼바람이 계속 불고 있었지만 정권 교체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기는 매서운 추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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