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레미제라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여왕의 완벽한 부활

지난 8일, 9일(현지시간) 독일 독일 도르트문트의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은 누가 우승을 차지하는 것보다, 20개월 만에 현역에 복귀한 ‘피겨 퀸’ 김연아의 귀환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대회였다.

2010년 타의 추종을 압도하는 기량으로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세계선수권 및 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그랑프리에서 수도 없이 정상에 오른 전설 중의 전설이다. 그리고 세계선수권과 그랑프리 대회에만 참가하지 않았을 뿐, 김연아는 계속 스케이트를 타왔고 꾸준히 자신의 기량을 닦아 왔다. 하지만 1년 8개월 만의 현역 복귀는 제 아무리 최정상의 선수였다고 해도 큰 부담이다. 아니 언제나 따라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 기술을 보여주던 김연아이기에, 과거 자신의 전성기를 넘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은 영화 사상 48초 프레임을 적용하고, 피터 잭슨의 대표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 못지 않은 화려한 스케일과 웅장한 영상미를 자랑한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 방대한 소설을 영화 3부작으로 압축한 것이라면, <호빗> 시리즈는 J.R.R.톨킨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300페이지 동화다. 그런데도 피터 잭슨은 이 300쪽 어린이용 이야기로 <반지의 제왕> 못지 않게 엄청난 러닝타임으로 꽉꽉 채운 3부작을 만들겠단다. 어쩌면 줄이는 것보다 늘이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호빗> 시리즈에 있어서 300페이지에 불과한 내용을 3부작으로 늘리는 것보다 더 압박은 다름아닌 피터 잭슨의 전작이자 이 시대 최고의 판타지 영화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과의 대결이다. 피터 잭슨은 <호빗>은 <반지의 제왕> 프리퀄 격이고, 가벼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반지의 제왕>에 길들여진 평론가들을 비롯 관객들의 눈은 이미 <호빗>이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을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호빗>은 원작에서부터가 <반지의 제왕>의 퀄리티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아예 기대를 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반지의 제왕>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머릿 속에 아른거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반지의 제왕>의 주요 인물들이 <호빗>에 나오긴 하지만, 다른 내용에 차원이 다르게 가벼운 내용임에도 불구, 전설 <반지의 제왕>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호빗>처럼, 현재 현역 복귀에 나선 김연아의 라이벌은 아사다 마오 등 현재 김연아와 동시대에 활동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바로 벤쿠버 올림픽 당시의 김연아다. <반지의 제왕>과 비교했을 때 기대치가 떨어지지만, <호빗> 또한 동시대에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인 것처럼, 벤쿠버 시절 김연아나, 지금 독일 도르트문트의 얼음판 위에서 연기한 김연아 모두 동시대에 살고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하지만 김연아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자신이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모든 것을 이뤘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현역 선수로 다시 뛸 명분과 동기 부여를 찾기 위해서 달콤한 휴식 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또래 여자아이들과 비슷한 일상으로 돌아간 김연아를 두고, 본인들의 판단에 의거하여 ‘김연아가 은퇴하는 것이 아니나고’ 섣불리 단정짓고 김연아 이후의 우리나라의 피겨판을 걱정하는 촌극을 벌여왔다.

사실 김연아가 은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딱히 할 말은 없다. 이 피겨 전용 빙상장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본인과 가족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건국 이래 처음으로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그 이후 김연아를 둘러싼 일부 언론의 기사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그래도 그간 언론의 띄워주기가 있어서 김연아가 수많은 광고 출연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고.

그러나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하나 나오기 위해 전 국가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는 일본과 비할 때, 전문 빙상장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는 한국에서 김연아같은 세계적인 특급 스타가 나온 것은 가히 기적이다. 현재 김연아가 보통 B급 대회라고 알려진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에 참여함에 따라, 전 세계 관심이 ‘김연아의 복귀’에만 초점이 쏠려, 정작 같은 날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대한 관심이 썰렁해졌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기사를 통해서 똑똑히 확인했다. 이 정도면 해외에서 ‘살아 있는 피겨의 전설’ 김연아가 어느 정도의 인기와 위상을 갖고 있는지 명백해 진다.

아무튼 김연아는 다시 현역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외 피겨팬과 기자들로부터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작해야한다. 만날 김연아를 보고 입에 담지 못하는 ‘악플’로 시작하는 일부 네티즌들을 빼고 김연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김연아가 거둔 기록과 입상이 아니라 그저 그녀가 다시 선수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들의 머릿 속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함에도 불구, 2년 전 김연아가 벤쿠버에서 선사한 환상적인 스케이팅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제는 피겨 스케이팅을 즐기고 싶다는 김연아도 매번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자신의 최전성기 이상의 무대를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부담감을 끼고 시작해야하는 재도전이었다. 왜나 사람들은 언제나 과거보다 더 진화된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길 원하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김연아는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관심과 지난날보다 한층 더 성숙한 기량을 팬들에게 보여주어야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일 법한데도 불구, 정말로 자신의 포부대로 ‘피겨 스케이팅’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완벽 그 자체였던 ‘쇼트’ 뱀파이어의 키스와는 달리, 레 미제라블의 웅장한 음악에 맞춰 진행되던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긴장했는지 약간의 점프 실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그 위기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기는 노련함과 여유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누구와 다르게 오랫동안 현역 무대를 쉰 김연아의 튼튼한 기본기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았다. 때문에 김연아는 점프 실수를 상쇄시키는 우아한 동작과 기본기로 오랫동안 그녀의 스케이팅을 기다리던 관중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기 충분했다. 프리 프로그램 점수 또한 기술점수(TES) 60.82점과 예술점수(PCS) 69.52점, 감점 1점으로 총 129.34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72.27점)을 합쳐 종합 201.61점으로 오랜만에 복귀한 김연아의 명연기에 화답했다. (참고로 아사다 마오가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작성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196.80점)을 가볍게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로서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2년10개월 만에 개인통산 4번째 200점대 기록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승이나 200점대를 4번이나 넘은 대기록보다도, 오랜 시간 김연아를 기다리던 팬들을 가장 기쁘게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김연아의 행복한 표정이다. 앞서 말했지만, 현재 순수 피겨 스케이팅 실력만 놓고 본다면 딱히 적수가 없어 보이는 김연아의 경쟁자는 과거 벤쿠버 시절의 김연아다. 한 번 어쩌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매번 최정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김연아는 최정상을 그것도 최고의 실력으로 재빠르게 정복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이 이룩한 명성을 보존하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었다. 이미 그녀는 남들은 흉내도 못낼 위대한 업적을 이뤘으니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기대와 부담감을 뒤로 하고 또다시 스케이트 끈을 질끈 묶고 도전에 나섰다. 약간 아쉬운 실수가 있었지만 전성기 못지 않은 훌륭한 연기로 전세계 팬들을 감동시켰다.

무엇보다도 다시 빙판 위에 오른 김연아에게는 진정한 여왕만이 가질 수 있다는 노련함과 여유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20개월 만의 복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고 아름다웠던 김연아의 재림. 이 시대 최고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이룩할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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