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펠레의 브라질입니다 축구 나라는 왜 야구 스코어로 참패했나?

넋을 잃은 표정들이다. 정줄을 죄다 놓았다. 안 그런 게 이상하다.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을 스코어다. 월드컵 4강에서, 그것도 브라질이, 더군다나 홈에서 1-7 대패라니. 이 곳 브라질 현지는 경기 끝나고 한 밤 중으로 향하고 있는데 뭔가 터질 것만 같은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다.

그들은 질 만한 경기를 했다

아이들이 운다. 어른들은 울지도 못하고 다들 넋 나간 얼굴들이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브라질 축구와 월드컵 역사를 죄다 새로 쓸 기록적인 참패를. 1-7패. 아무리 봐도 브라질과 월드컵 4강엔 어울리지 않는, 야구 스코어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그렇게 독일에 야구 스코어로 졌다.

브라질은 전반 초반 이미 무너졌다. 그것도 제대로 무너졌다. 특정 선수의 부재나 전술적 오류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브라질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부상으로 대회를 마친 네이마르와 경기 누적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티아구 실바의 공백만으로 브라질의 참패를 해석하는 건 부분적 접근이다. 브라질대표팀에서 두 선수의 존재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경기에서 7골을 내주며 참패당한 게 설명되진 않는다. 브라질과 독일 개개인 선수들의 능력 차이나 특정 선수의 부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대패인 것이다.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독일 선수들에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1-7 대패가 납득되긴 어렵다. 브라질은 특정 선수의 대결이 아닌 팀과 경기에서 완벽하게 진 거다.

그들은 질 만한 경기를 했다. 그것도 크게 무너질 최악의 경기를 했다. 실력을 포괄하는 멘탈 싸움에서 브라질은 독일에 철저히 완패했다. 여기서 멘탈은 이 악물고 뛰는 투지나 정신력이 아니다. 경기를 앞서거나 혹은 뒤지거나 하는 등의 어떠한 조건과 중압감 속에서도 자기 흐름과 축구를 냉정하게 지속하는 심리적 조절과 통제 능력이다. 이 악물고 뛰는 거라면 브라질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못하고 최악이었던 건 동요와 중압감에서 벗어나는 심적 조절과 통제였다. 그들은 무섭도록 차가웠어야 했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이번 대회 브라질대표팀은 객관 흐름과 전력에 있어 독일을 능가할 수준이 아니었다. 홈 이점이란 걸 빼면 순수 전력은 독일이 우위였다. 그런데 브라질은 경기 시작부터 앞 쪽으로 튀어 나왔다. 네이마르가 없어도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싶기라도 하듯 브라질은 진영 자체를 끌어올려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독일을 상대로 그것도 4강전에서 취할 전략 치고는 위험했다. 상대를 지배할 전력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수비가 먼저였다. 단기간 토너먼트의 강자 독일과는 그렇게 싸웠어야 했다.

브라질과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4강전 포메이션

위험한 전략과 다비드 루이스의 선택

위험했지만 수긍할 수는 있는 전략이었다. 홈 이점에 초반 기세를 더해 경기 흐름을 잡아갈 수 있단 전략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에이스 네이마르와 주장 티아구 실바가 빠졌지만 위축되지 않는다 걸 안팎으로 보여주며 경기를 지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토마스 뮐러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에는 이러한 전략을 빠르게 수정했어야 했다. 브라질이 경기 초반 10여 분 여를 몰아쳤을 때도 독일의 조직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서우리만큼 침착하게 자기 축구의 색깔과 템포를 유지한 독일이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 골을 먼저 내주었다면, 브라질은 팀 조직을 다시 추슬러 자기 축구를 하며 남은 80분 동안 긴 호흡에서 상대의 약한 고리를 찾아 끊는 경기 운영이 필요했다. 브라질은 지키며 기다렸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브라질 선수들은 더욱 더 앞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경기는 사실상 이 장면에서 끝이 났다. 브라질 선수들은 허둥지둥 공격과 수비하러 몰려다니기 바빴고, 이런 브라질을 상대로 독일은 마치 구석에 몰린 쥐를 다루는 고양이처럼 능숙하게 플레이를 지배하며 한 점의 자비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비드 루이스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뮐러 선제골 장면에서 빠르게 접근해 실점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다비드 루이스는 지나치게 흥분한 채 플레이했다. 뛰어난 수비수이지만 간혹 이러한 흥분 조절에 애를 먹곤 하는 다비드 루이스는 뮐러 선제골 이후 지나치게 앞으로 나가며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무너뜨린 건 다비드 루이스만이 아니었단 점이다. 브라질 선수 전체가 공수의 균형을 조절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브라질 수비수들은 하나 같이 지키지 않고 튕겨 나갔다.

무엇이 그리 급하고 또 쫓기는 지 경기 초반부터 라인 간의 간격 유지나 커버 플레이 등이 엉망이었다. 브라질 대표팀은커녕 월드컵 참가팀의 수준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공격과 수비가 계속해서 따로 놀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최악의 플레이였다. 우르르 몰려가 공격하고 허둥지둥 내려와 수비하다 어이없이 실점하는 장면이 거듭해서 이어졌다. 브라질 수비 선수들은 다들 신중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다 독일에 결정적 뒷공간을 내주길 반복했다. 심각했다. 이 날 만큼은 분명 브라질팀은, 수준 이하였다. 공수의 균형이 무너지고 전방과 후방의 간격이 멀어지다 보니 브라질의 공격은 옛날 축구를 보는 듯이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긴 볼만으로 승부하는 ‘뻥 축구’가 되고 말았다. 브라질 축구 역사의 재앙이라 할 만 했다. 역대 기록 등을 떠나 내용적으로 브라질대표팀 역사 최악의 경기였다.

네이마르 아닌 유리 멘탈이 문제였다

브라질 선수들은 왜 그렇게 허둥대었던 것일까? 결과적으론 홈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스스로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 선수들의 성적 부담은 엄청났다. 반세기 만에 홈에서 개최되는 브라질대표팀의 목표는 오직 우승이었다. 특히 1950년 마라카냥의 비극을 저마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브라질로서는 다른 목표를 설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당연히 우승’이란 목표에 선수들의 중압감은 절정으로 다다랐다. 그러다 서서히 멘탈의 붕괴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다비드 루이스만의 책임일까? ⓒgettyimages/멀티비츠

브라질 선수들의 심리적 붕괴 현상은 칠레와의 16강전부터 구체화됐다. 승부차기 접전을 치르면서 주장 티아구 실바와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 등이 엄청난 중압감에 눈물을 쏟는 등 멘탈 붕괴 조짐이 일었다. 이를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 브라질대표팀은 선수단 훈련 캠프로 급하게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해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가 빠진 채 치른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과의 경기는 심적 부담이 가장 컸을 경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전 초반 실점은 위태롭게 지탱해주던 브라질 선수들의 유리 멘탈에 결정적 파열음을 냈고 브라질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며 갈팡질팡하다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전반 30분도 되지 않아 5골을 내준데 서도 알 수 있듯 브라질 선수들은 첫 골을 내준 뒤로는 그 무엇 하나 정상적으로 돌려놓지 못한 채 흔들리다 자멸하고 말았다.

선수들의 흔들리는 멘탈을 잡아주지 못한 스콜라리 감독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고 하지만 브라질 선수들의 위치를 빠르게 내리도록 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스콜라리 감독은 프레드 원톱 기용 문제로 비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있다. 독일전서도 경기 내내 프레드를 야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는데 경기가 끝난 뒤엔 그 비판이 고스란히 스콜라리 감독에게 향하기도 했다. 브라질 참패가 이렇듯 브라질 대표팀 내부의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지만, 한편으론 독일 축구의 강함이 그 참패의 크기를 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독일축구는 정말이지 강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던, 몇 골을 앞서 있건 그들은 그들의 축구를 흔들림 없이 이어갔다. 브라질이 하지 못한 자기 축구의 지속적 유지 능력이었다. 어떠한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90분 동안 자기 축구를 하는 능력, 강팀의 진정한 면모다. 5골을 앞서 있으면서도 후반 58분 클로제(경기가 기운 상태에서 월드컵 개인 최다 골 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하도록 남겨둘 법도 한데) 대신 쉬얼레를 투입해 공격적으로만 나서는 브라질의 배후를 파고들도록 해서 브라질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쉬얼레의 2골을 추가토록 한 것이 독일대표팀의 치밀함과 냉철함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그들이 어떻게 4번이나 연속으로 월드컵 4강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 일전이었다. 후반 초반 오스카와 파울리뉴의 결정적 1대1 장면에서 다시 한 번 슈퍼세이브를 연발한 노이어의 존재감까지, 단기간 토너먼트의 승부사 전차군단 독일의 강력함을 새삼 확인한 이래저래 오랫동안 잊지 못할 월드컵 4강전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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