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 알제리, 포인트로 보는 리뷰

알제리는 평소 하던 대로 하고도 대어를 낚을 뻔했다. 선수비 후역습 실리적인 축구로 벨기에를 당황케 하고, 선제골까지 뽑아냈다. 하지만 마루앙 펠라이니, 드리스 메르탕스, 두 교체 선수에게 연격을 얻어맞으며 끝내 1대2 석패를 당했다. 전반전의 촘촘한 수비 조직이 후반전 들어 허물어지며 벨기에의 막강 공격진을 묶어두는 데 실패했다.
1. 이번 대회는 역습 축구의 무덤?
각 지역마다 판이한 기후를 보여준다고는 하나, 브라질의 날씨는 대체로 덥고 습하다. 물론 카타르처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초고온은 아니라고는 해도, 특히 낮 시간대에 벌어지는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운동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 형성된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 중동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중동 날씨가 덥고 습한 한국의 여름보다 축구하기가 편하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의 브라질은 한국 이상의 꿉꿉함을 자랑한다.

이 탓인지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의 성적이 신통치가 않다. 개막전 브라질에 패한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를 상대했던 잉글랜드 등을 비롯해 이번 경기에서 벨기에에 석패한 알제리 역시 그랬다. 아무래도 역습 축구는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적으니 상대 볼을 빼앗기 위해 이리저리 뛰면서 압박을 펼쳐야 하고, 볼을 따냈을 때도 상대 박스까지 이동하는 거리 자체가 길다. 또한 같은 거리를 뛰어도 느린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며 산보하듯 걸어다니는 점유율 축구팀에 비해 방향 전환이 많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시간이 긴 역습 축구 쪽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역습 축구의 약세,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는 피하고 싶은 나쁜 소식이다. FIFA 랭킹 57위 팀이 11위, 18위, 22위 팀을 상대로 압도하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진 않으니 말이다. 루이스 반 할 감독에게 족집게 과외라도 받아오면 되려나.
2. 로멜루 루카쿠를 보며 박주영을 떠올리다.

선발 출장한 로멜루 루카쿠는 경기 내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소 심하게 표현하자면 루카쿠는 교체되어 나온 후반 12분까지 멀뚱멀뚱 서있기만 했다. 문득 평가전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박주영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벨기에와 마찬가지로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현대 축구에서 최전방에 위치하는 공격수의 미드필더적인 성향이 강조되는데, 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3′ 위치에 자리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간의 유기적인 스위칭과 연계 플레이를 주요 공격 루트로 활용하는 4-2-3-1이 현대 축구계의 대세였기 때문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스트라이커의 주 임무는 찬스를 골로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과거에 비해 득점 루트가 다양해진 현대 축구에서는 동료를 돕는 능력 역시 좋은 공격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박주영은 복귀전이었던 그리스 전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세간의 걱정을 종식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는 잠잠했다. 그리스전까지는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펼쳐진 튀니지전, 가나전에서도 박주영은 잠잠했다. 골을 넣지 못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예전의 자신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고립되어 무력함을 드러냈고, 그러다 보니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가 잘 될 턱이 없었다.

전반전 내내 알제리의 맞춤 전략에 무력했던 벨기에, 로멜루 루카쿠의 잠수(?)는 그 참극의 원흉이었다. 스트라이커는 더 이상 수비진 사이에서 동료의 스루패스 타이밍만 계산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연계 플레이를 주무기로 활용하는 팀에서 그런 공격수는 오히려 매끄러운 공격 전개를 방해하고, 동료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준다. 박주영이 활동 반경을 넓게 가져가 주고, 동료와의 연계에 좀 더 신경을 써줘야만 우리 2선 공격진도 살아날 수 있다. 무리한 부탁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알던 축구 천재는 센스 하나는 남 부럽지 않은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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