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에 머무르며 시베리아 횡단을 준비하다

겨우 10월 말이었지만 역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추위는 맹렬했다. 협찬받은 코오롱스포츠의 구스다운과 고어텍스까지 입었는데도 얼굴이 너무 따가울 정도?!

시베리아에는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설레이면서도 걱정이 됐다.

한시바삐 김치버스를 세관에서 찾아서 겨울이 오기전에 시베리아를 지나가야한다.

가뜩이나 오래되어 털털거리는 김치버스를 끌고 눈발 날리는 시베리아를 지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우선 돈을 출금했다. 큰 금액을 계속 현금으로 들고 다닐 수 없었기에 우리가 선택했던 방법은 씨티은행 카드.

얼마를 출금하든, 전세계 어디서든, 수수료가 낮다는 장점이 있었다.

몇천루블을 출금하고 몇일간 먹을 먹거리도 사고, 시내도 둘러볼겸 cafe lee를 나섰다.

러시아의 마트 풍경,

러시아는 역시 추운 나라여서 그런지 가공식품들이나 염장식품, 공산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독일만큼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다양한 햄들이 있었고

유명한 흑빵도 보였다. 지난 여행에서 맛보았던 바이칼호의 특산 생선이 ‘오물’같이 절여지고 훈제된 생선들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우리나라 라면 ‘도시락’

가장 저렴하고 맛있게 한끼를 떼울 수 있는 음식 라면…

망설일 필요없이 라면을 몇개 집어 들었다.

김치버스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우린 김치모형을 꿋꿋하게 들고 다녔다. 마트를 갈때도 시내를 돌아다닐때도.

나름 김치를 홍보하는 여행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처음부터 차량이 없다 해서 손놓고만 있을수는 없었다.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김치모형은 구매할때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김치홍보에는 일등공신이었다.

말이 안통한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김치’ ‘꼬레아’ ‘스파씨바’만 계속 말했던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은 대중교통이 그리 잘 되어있는편은 아니다. 하지만 왠만한 관광지들은 걸어서 둘러볼만 하다.

이미 한번 여행을 와본 경험이 있었기에 김치모형을 손에 들고 한참을 걸으며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난 어딜 다녔어도 제대로된 지명 하나 외우지 못하는 바보같은 여행자이지만 그래도 길 하나는 잘 찾아낸다.

그래서 tourist point마다 정식 지명이 아닌 나만의 지명을 만들어내곤 한다.

위에 사진은 독수리요새. 물론 이건 내가 만들어낸 지명이 아니라 실제 지명이다;

여기에 서면 블라디보스톡 항구와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갈때마다 탐나는 러시아 털모자!

잘 어울리나?! ㅎ

독수리 요새의 기념품점에는 제법 사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다. 긴 여행이다보니 기념품에는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지만

각 도시의 마그넷을 수집하고 싶어했던 석범(여행을 함께 했던 동생)에게 이런 기념품 샵은 천국!?

역시 걸으며 지나쳤던 관광지 몇 군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관광객들도 거의 없고(물론 여름에도 거의 없긴하지만)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고, 실내에서 나오지 않는듯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예산이 많아서 혹은 마음이 편해서 기다리는 동안 관광이라도 편하게 하고,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즐기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출발전 얘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간 돈에 대한 걱정, 뭐라도 줄여보자는 그런 심정으로 하루종일 걷기만 했던 것 같다.

우리 셋의 머리속에는 다 다른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둘은 모르겠지만 난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출발을 하긴 했는데…출발만 하면 뭐든 다 해결될것 같았는데,

협찬사와의 계약도 안된 상태에서 몇천만원의 돈을 빌려 차를 사고, 준비 장비를 사고..얼른 돈을 받아서 갚아야 할텐데,

날은 추워지고, 차를 찾는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뭐 그런 저런 생각들?!

대책없는 낙천주의자라는 닉네임과는 다르게 팀장이다보니 현실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맘씨 좋으신 사장님과 한국-러시아를 오가며 무역 하시는 사장님분들이 멋지다고, 장하다고 응원해주시고

따뜻한 밥 한끼 챙겨주시고 할때는 마음이 살짝 놓였다. 내 길에 대한 확신이랄까!?

무튼 사람 인연이 참 신기한거다.

DBS페리에서 만난 홍기표 사장님 덕분에 이곳을 알게되어 숙소를 잡았고, 또 이렇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른 분들을 소개받아

다음날 블라디보스톡 영사관으로 영사님을 뵈러 가게 되었으니…

모스크바에는 대사관이 있고 블라디보스톡에는 영사관이 있다.

숙소에서 걸어서 영사관을 찾아갔다. 총영사이셨던 이양구 영사님과 농림부 소속 배상두 영사님.

이분들과의 만남이 김치버스의 미래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분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이분들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여행 도중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을 정도였으니까.

기다리던 김치버스 출고일…4일이 지났다!

차량 보험을 미리 가입하고 김치버스를 찾기 위한 서류작업을 마쳤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아는 러시아 사람을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기때문에 우린 한국분이 하시는 회사를 통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왠만하면 걸어가겠다마는…..서류 처리 하는 사무실이 정말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한번정도는 버스도 타봐야 하지 않겠냐며 탔던 시내버스…

놀랍게도 한국에서 수출한 버스였다. 새차를 수출한 것이 아닌, 중고차.

한국에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중고버스들이었다. 차량 내부 곳곳에서 한국 버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것들은 일부러 제거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는 것은 마치 프리미엄?! 같은 …느낌으로 러시아 사람들에게 느껴진다나!?

어쨌거나 우린 종로를 가는 버스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는 부산시내를 이동하는 버스를 타기도 했고

김치버스와 만난다는 설렘에 가득차 방문한 서점.

러시아 지도를 구매했다. 시베리아 횡단을 하려면 당연히 지도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왜 우린 처음부터 네비게이션을 살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물론 결과적으로 이곳에서 네비게이션을 사지 않은게 다행이긴 했지만

결과론적 관점에서 볼때 지도를 산건 돈낭비였다.

읽을수 없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지명들, 게다가 러시아의 길들은 굉장히 복잡했고 어려웠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렀다.

한국을 떠난지 몇일만에 드디어 찾게된 김치버스.

6천루블이라는 세금을 더 내면서… 이건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뭐 내야하니까 냈겠지.

이래저래 생각지도 못했던 비용들이 막 추가되고 있었다.

우린 그럴수록 더욱 라면에 의존해야 했고 두발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이제 김치버스가 생겼으니!!!!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잠시 생각했다.

물론 착각이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던 순간이었던지…

김치버스가 드디어 타국을 달린다는 그런 느낌!?

정말 많은 러시아사람들이 쳐다보고 손짓하고…ㅎ

이제 정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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