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B급 힐링 아이돌을 울린 가요계 키워드

지난 14일에는 국내 온라인 음원시장에서 최대 점유율(56%)을 자랑하는 [멜론]의 ’2012 멜론어워드’가 열렸다.(참 고로 2위-엠넷(18.5%), 3위-벅스(12%), 4위-’올레뮤직(9.3%), 5위-소리바다(3.3%)라고 알려진다) 대상에 해당되는 시상결과가 매우 흥미로운데 [올해의 앨범상]은 ‘버스커버스커’에게, [베스트송상]은 싸이에게, 그리고 [올해의 아티스트상]은 ‘비스트’에게로 돌아갔다. 이부분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엥? 비스트? 비스트가 올해 무슨 노래를 불렀더라?’ 기억 안나는 것이 당연하다. ‘비스트’는 올여름에 ‘아름다운 밤이야’로 활동했는데, [멜론]의 월간차트를 살펴보면 7월-91위, 8월-8위, 9월-15위, 10월-47위, 11월-100위권 탈락 등의 성적만을 기록했다.

 

한 마디로 ‘비스트-아름다운 밤이야’는 히트를 못했다. 그저 팬덤을 등에 업고 네임밸류빨로 비벼댄 수준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트’거 어째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대상에 해당되는 [올해의 앨범상]의 ‘버스커버스커’와 [베스트송상]의 싸이가 시상식에 참석을 못했다. 따라서 ‘멜론어워드’측으로서는 [올해의 아티스트상]이라도 참석한 가수에게 줘야지만 모양새가 살 수 있었는데, 시상식에 참석한 아이돌중 그나마 팬덤이 가장 컸던게 ‘비스트’였다. 굳이 시상식에 참석한 아이돌에게 상을 수여해야만 했다면 [멜론]에서 거둔 성적으로 보았을 때 ‘비스트’보다는 ‘씨스타’가 어울렸지만, 알다시피 ‘씨스타’는 팬덤이 약하다.

 

[2012년 가요계 키워드] 하나. ‘섹시’


‘ 씨스타’는 올해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성공을 이룬 아이돌로 꼽힌다. 실제로 ‘나혼자’와 ‘러빙유’가 거둔 [멜론]의 월간성적은 4월-6위, 5월-2위, 6월-7위, 7월-1위, 8월-2위, 9월-9위, 10월-36위, 11월-65위 등으로서 아이돌중 단연 눈에 띈다. 특히 학다리춤(각선미춤)은 말춤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장을 점령했을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씨스타’로 대동단결? 프로야구장을 점령한 각선미춤! 참고) 그런데 말이다. 이런 ‘씨스타’ 때문에 올해 아이돌(특히 걸그룹)들이 죽을 쑤었다. 농도짙은 섹시함을 내세운 ‘씨스타-나혼자’가 대박을 치자 걸그룹들이 ‘올해는 섹시가 먹히나보다!’라며 너나 할 것 없이 섹시컨셉을 내세웠던 것이다.
실 력파 보컬그룹 컨셉을 내세웠던 ‘스피카’가 롱드레스를 입은 채 ‘씨스타’ 흉내를 내고, 여성 밴드 컨셉을 내세웠던 ‘AOA’가 ‘씨스타’처럼 뒤로돌아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비단 신인들만 ‘씨스타’ 흉내를 낸 게 아니었다. ‘샤이보이’-'별빛달빛’ 등 밝고 건강한 컨셉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시크릿’이 1년만에 컴백해서는 가랑이를 벌린 채 쩍벌춤을 추어대고, 심지어 ‘씨스타’보다 상위급으로 분류되는 ‘카라’마저도 각선미와 등을 노출하는 무리수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인기-인지도가 낮은 신인 걸그룹은 물론 인기-인지도가 높은 걸그룹들마저도 이전보다 못한 성적만을 거둔 채 활동을 마감해야만 했다. 얄궂게도 올해는 섹시컨셉이 먹히는 해가 아니었다. 그저 ‘씨스타-나혼자’만 유일하게 섹시컨셉으로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다. 이처럼 ‘씨스타-나혼자’가 불러온 섹시컨셉 유행때문에 올해 걸그룹들은 그야말로 죽을 쑤고 말았다.

 

[2012년 가요계 키워드] 둘. ‘B급코드’

 

 

정 작 올해 대세였던 컨셉은 상반기에 대박을 쳤던 ‘용감한녀석들’-'형돈이와 대준이’가 내세웠던 ’B급코드’였다. 과연 상반기에 개가수들의 활약이 없었더라도 싸이가 6집을 발표하며 대놓고 ‘B급코드’를 내세웠을까? 대표적인 예로서, ‘강남스타일’의 세계정복에 있어서 1등공신인 뮤직비디오는 영락없이 개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연상된다. 아닌 게 아니라, 개가수 열풍의 시작은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라 볼 수 있고, 싸이 역시도 이 가요제에 참가했었다. 즉, 올해 상반기에 개가수들의 활약으로 인하여 촉발된 ‘B급코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싸이-강남스타일’을 통하여 정점을 찍었던 것이 2012년 대한민국 가요계였다.

 

문 제는 이미지로 먹고살며 폼에 죽고 사는 아이돌들은 ‘B급코드’를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데 있었다. 괜히 어설프게 따라했다가 이미지만 희화화되면 CF는 물론 아이돌의 목숨줄인 행사 개런티마저도 하락될 위험성이 농후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뻔히 시장에서는 ‘B급코드’가 대박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들은 다른 컨셉을 선보였다. 걸그룹들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무리수 돋는 섹시컨셉을, 보이그룹들은 더 정교해진 퍼포먼스를 내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강남스타일 광풍’에 속절없이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가인이 대놓고 19금 컨셉을 내세워도 ‘동방신기’가 화려한 용춤을 추어대도 대중들은 그저 말춤을 신나게 따라추기 바빴다.

 

[2012년 가요계 키워드] 셋. ‘힐링뮤직’

 

 


‘ 강남스타일 광풍’이 불어닥칠 때만 해도 아이돌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강남스타일 광풍’이라는 것이 워낙 특별한 케이스임으로 광풍이 잦아들면 다시금 아이돌이 득세할 수 있을거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웬걸, 전혀 예상못한 현상이 갑툭튀하며 불거졌다. 지난 5년동안 아이돌의 일회용 음악에 지쳐있던 눈과 귀를 따뜻한 선율과 서정적인 가사로서 치유해주는 힐링음악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9월에 나얼의 노래들이 아이돌 음악의 끝판왕 GD의 노래들을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밀어냈다.(G드래곤보다 쌘 나얼, 일회용 음악시대 끝? 참고)

‘요새는 음악이 잠깐 듣고 버리는 일회용 같은 이미지인 것 같아요. 차가운 소리에 익숙해져 있지만 따뜻한 소리를 기본적으로 오래오래 들을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을 살리는 음악을 하고 싶었죠.’

나 얼의 말처럼 대중들은 3주면 듣고 버리는 아이돌의 차가운 소리보다 오래들을 수 있고 마음에 위로가 되어주는 따뜻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서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점차 아이돌의 노래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급기야 인디 뮤지션 ‘에피톤프로젝트’와 작업하여 내놓은 이승기의 힐링뮤직이 3주째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4년만에 1위’ 이승기, 힐링음악으로 가수전성기 여나? 참고) 나얼의 말처럼 힐링뮤직은 아이돌 음악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따라서 힐링뮤직이 큰 사랑을 받으면 받을 수록 아이돌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강남스타일 광풍’때만 해도 ‘그래도 아직은 아이돌이다!’를 주장하던 전문가들이 힐링뮤직이 득세하자 ‘아이돌은 이제 끝이다!’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처럼 2012년 가요계는 ‘섹시’ ▶ ‘B급코드’ ▶ ‘힐링’으로 대세가 변화되어 왔다. 매우 흥미롭게도 올해 흥한 컨셉들은 모두 하나같이 결과적으로 2세대 아이돌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씨스타 따라하기’는 걸그룹들의 부진을 불러왔고, ‘강남스타일 광풍’은 아이돌이 지배하던 판을 뒤집어 엎었으며, 나얼에서 이승기로 이어진 ‘힐링뮤직’의 대두는 ‘강남스타일 광풍’ 이후를 노리던 아이돌 음악의 유통기한이 끝났음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벼랑끝에 몰려있는 아이돌에게 그나마 남아있는 유일한 희망은 내년 1월에 발표되는 ‘소녀시대’의 새음반이다. 끝판왕 ‘소녀시대’마저도 2세대 아이돌 시대 종말론을 막지 못한다면, 2013년 가요계에서는 십중팔구 아이돌 그룹의 해체 도미노라는 거센 피바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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