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함을 남긴 엔딩! ‘개과천선’

어제 ‘개과천선’은 김석주와 아버지가 함께 낚시를 가는 것으로 얼마든지 밝고 경쾌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차영우 대표와 부대표의 대화신을 넣으면서까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개과천선>은 마지막까지 통쾌한 한방따윈 없었다! 어찌보면 그게 더욱 현실적이다. 애초에 일개 변호사에 불과한 김석주가 거대 권력인 차영로펌과 골드리치를 상대로 이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골드리치는 백두그룹을 정리해서 막대한 이득을 올리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따윈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다. 탐욕스러운 투기자본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차영로펌 역시 그런 외국 투기자본과 협력해서 소송에서 이기려고만 했다. 그들은 진진호 회장을 구속시키고, 노조를 설득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고 했다. 그러나 진진호 회장은 괜찮은 인물인가?

아니다. 그는 전형적인 재벌의 표상이었다! 그저 ‘소주를 판다’고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고, 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나마 노조가 진진호 회장과 손을 잡고 일을 하려는 것은 외국 투기자본 보단 나았기 때문이다.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보이듯이 구속을 당하고 차영로펌 쪽에서 손을 뻗어오자, 진진호 회장은 ‘노조에게 20% 지분을 주겠다’라는 약속을 져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진호 회장이 비자금을 형성한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식으로 변호하는 김석주의 모습과 노조가 그동안 요구하던 것을 들어주지 않다가 급하게 되어서야 들어주는 백두그룹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라 입맛이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김석주는 이를 예견하고 노조가 준 비자금 장부를 보여줘서 진진호 회장을 옴싹달싹하게 못하게 만들고, 결국 소송에서 승리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백두그룹은 노사가 화합을 이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개과천선>은 16화 동안 숨가쁘게 이야기를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개과천선>에서 그려낸 사건들은 모두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기초로 한 것이라 더욱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이들이 비교적 사실적이라서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늘 그려지는 삼각-사각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차영로펌의 비리가 드러나서, 악의 대명사인 차영우가 언론에 정체가 낱낱이 밝혀지거나 하는 극적인 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영로펌은 오늘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내일도 떵떵거릴 거란 미래가 보여질 뿐이었다. 그런 차영로펌의 미래는 시청자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개과천선>에서 김석주는 ‘작은 승리’를 이끌어 냈지만, ‘큰 승리’는 이뤄내지 못했다.

아버지와 낚시를 가는 김석주의 모습이 끝이 아니라 굳이 ‘악당’인 차영우가 맨 마지막에 등장한 것은 ‘드라마를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우기 위한 장치였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판단이자,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 멋진 엔딩이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 작은 승리조차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일개 드라마조차 큰 승리와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현실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이고, 그건 시청자들조차 납득하기 힘들 것을 아는 제작진이 벌인 최대치였던 셈이라 씁쓸했다.

무엇보다 차영우와 부대표가 나누는 이야기에서 노조를 다루는 방법을 김석주가 고안해냈다는 것은 씁쓸하게 만들었다. 우린 <개과천선>을 통해서 오늘날 대형로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을 자신들의 고객을 위해 어떻게 쓰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극중 김석주는 기억을 잃고 말 그대로 개과천선해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과거에 벌인 일들은 뿌리가 깊어서 극중 내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고, 심지어 그가 극중 마지막 소송을 끝낸 상황에서도 (그가 만들어낸 노조 프로그램은) 유용하게 차영로펌을 비롯한 다른 대형로펌에서 쓰이고 있다.

우린 <개과천선>을 통해 법이 만인에게 공평한 것이 아니라 돈 많고 권력있는 이들 편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로펌 집단의 맨 얼굴을 보게 되었다. <개과천선>이 의미는 단순히 법정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숙제를 준 게 아닐까 싶다.

굳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차영우의 입을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것은 <개과천선>을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여겨진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1회성 드라마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비록 씁쓸하지만 그런 <개과천선>의 마무리는 여러 가지로 유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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