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외 선관위 감동시킨 한국 유학생 투표

오늘 아침 매서운 바람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랑과 저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대학교 1학년 학생은 투표를 하기 위해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비까지 내리는 등 궂은 날씨로 인해 오랜만에 하는 런던 외출이 다소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1시간 40분 후에 런던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을 보았습니다. 다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체감 온도는 낮았지만요.

저희 일행은 바로 재외국민투표의 장소인 주영국 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선거 안내문에는 빅토리아 역에서 도보 5분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약 십분 이상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저희에게 빨리 선거하러 가라고 하는 듯이 쭉쭉~ 밀어주네요. ㅎㅎ

근처인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니, 저기서 바람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 주영 한국 대사관을 쉽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먼저 신분 검사를 합니다. 안내하는 분이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 주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갑니다.

영국에서 태극기를 보니 참 반가웠어요.

이 곳이 재외국민투표 장소인 주영국대사관이에요.

영국식 1층 (한국 기준으로는 2층이겠네요. 영국은 1층 – Ground floor, 2층 – First floor) 에 재외국민투표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신분증인 여권을 주면 신분 확인을 다시 한 후에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사인을 하고나면 투표 용지와 봉투를 줍니다. 비공개 장소에 가서 후보자 이름에 도장을 찍고 반으로 접어 봉투에 넣고 봉합니다. 그리고 나서 투표함에 넣으면 끝입니다. 간단해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런던행 기차를 타고, 그 곳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투표하는 데는 단 몇 분도 걸리지 않으니 좀 허무하기도 하고 약간 서운하더라고요. ㅎㅎ 그런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투표 인증샷을 안내하는 분에게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손만 나오게 찍어 달라고 하니 약간 갸우뚱하시면서 잘 찍어주셨네요.

저 투표한 것 맞지요. ㅎㅎ

안내하는 분께 물어봤더니 이틀 동안 약 300명이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런던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많았고, 대학생들까지 연령은 참 다양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젊은 학생들이 계속 줄줄이 들어오는 것을 봤습니다. 현재 보통 영국 대학들은 다음 주가 에세이 제출 기간이라서 유학생들이 무척 바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투표하러 오는 것을 보고 참 기특했네요. 한국 대학들도 현재 기말고사라고는 하지만, 시험 준비로 인해 투표 할 시간 없다는 변명은 말도 안 된다는 것임을 앞으로 끝까지 읽으시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영국 재외 선관위 관계자들을 감동시킨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영국 북부에 있는 대학교 1학년인 학생들이에요. 투표를 하기 위해 새벽 2시에 출발했답니다. 예정 도착 시간이 오전 7시였는데, 연착이 되는 바람에 런던에 8시에 도착했다고 하네요. 아마 출근시간과 겹쳐서 런던 외곽이 막혔던 것 같아요. 너무 일찍 도착해서 잠깐 차를 마시고 투표하러 갔더니 관계자들이 너무 일찍 왔다면서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그들은 런던에서 사는 것도 아닌 멀리서 왔다는 말에 영국 재외 선관위 관계자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들이 일찍 출발한 이유는 학생들이라서 차비를 조금이나마 아끼려는 마음도 있었을 거에요. – 영국 고속버스는 시간대 별로 가격 차이가 꽤 크답니다. – 또한 모처럼 런던에 오니 일찍 오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새벽행 버스를 타고 5시간 넘게 걸려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행사하기 위해 먼걸음 한 사실 하나만으로 저 역시 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자문을 해봤습니다.

나였다면, 과연 먼 곳에서 런던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투표를 했을까??

거기다가 21살인 나이에….

저희 부부 역시 캔터베리에서 런던까지 오는데 차비가 상당히 듭니다. 둘이 왕복 기차표와 런던 지하철 표까지 해서 £40.20 (약 8만원) 에 모처럼 먹은 한식 식사 비용 (£18 – 3만 4천원 정도) 이예요…. 약 11만원 정도 금액이면 저희는 2주 생활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유권자로서 의무를 다했습니다.

그런데 트위터 혹은 카페 글을 보면 “재외국민투표” 에 대해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재외국민투표 대상자” 를 아시면 이해가 되실 텐데요.

공직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재외국민 선거권자

1. 국내에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되어 있지 아니한 영주권자

2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해외 일시체류자; 국외 여행자, 유학생, 상사원, 주재원 등

3. 국내에 주민등록은 없으나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외국에 사는 한국 국적의 국민 (재외국민)

어떤 분들은 왜 영국인 (영국에 사는 한인)이 투표를 하는데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투표를 하게 하느냐고 비판을 하시던데요. 그건 아니라는 것 아시겠지요? 즉, 외국 시민권자는 제외됩니다.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영국에서 재외국민투표를 하면서 참 안타까운 사실이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일부 분들은 재외국민투표를 무슨 국고 낭비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재외국민들에게 투표를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요. 투표는 공직 선거법에 지정된 연령이 넘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한국에서는 투표하는 장소와 거리가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저희의 경우에는 신청부터 투표 행사까지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듭니다. 그것도 다 자비로 말입니다.

물론 재외국민투표에 따른 문제가 있음을 염려하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혹시나 모를 부정이 개입될 수도 있으니까요. 참, 얼마나 대한민국 선관위가 불투명하고 정치권이 썩었으면 이런 걱정을 국민들이 해야만 하는지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재외국민투표가 여당에 유리하든, 야당에 유리하든 저는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그저 해외에서 사는 한국 유학생들이 새벽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오는 그런 모습에서 저는 한국의 밝은 미래를 보았습니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먼 지역에서 오는 한국인들의 행렬이 예상됩니다. 이런 한국인들이 있기에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입니다. 오늘 투표를 하고 오면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경험했습니다. 제 한표가 한국의 역사를 바꾸는데 꼭 기여하길 바랍니다. 고국에 있는 젊은이들도 무조건 투표 하십시요. 우리의 소중한 한표가 앞으로의 한국을 반드시 바꿀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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