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적극적인 성교육 망설이겠습니까

올해 초에 계획했던 두 달간의 제주도 생활을 끝내 실천하였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겠나란 생각이 저의 발걸음을 재촉 하더군요.
당초 계획은 일년 중 가장 낚시하기 좋다는 가을이란 계절에 제주도로 내려가 낚시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였습니다. 제주도에서의 낚시 경험이 많지 않은 저는 청정해역과 풍성한 어족자원이라는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 제주도 낚시가 타 지역에 비해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 생각
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요. 제가 처음 제주도에서 생활을 시작했을때 썼던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스스로도 장담못한다. 모든건 각본없는 드라마의 연속이기에”

오늘은 에필로그 형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드라마틱했던 서울부부의 제주도 생활 후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천지연 폭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저지오름 입구에서 본 감귤수확 현장

억새와 빛내림,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로 인근

수월봉 인근에서 바라본 해변

지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어느 담장위에 핀 꽃, 저지오름 가는 길

숲속 팬션에서 블로거 모임(파르르님, 아린님, 은이엽이아빠님, 아이엠피터님, 어설픈여우님 부부, 나비오님)

삽겹살 파티로 무르익어가는 밤

고양이와의 교감, 김녕미로공원에서

60일 동안 일상에서의 탈출!
타지에서 민박 생활을 하면서 서울과는 다른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기분이란 어떤 걸까요?
집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시야를 막는 답답한 건물과 출근인파들…하지만 제주도에선 걸어서 15분 거리도 채 안되는 곳에 바다가 보였고 제 키 보다 조금
높은 곳에는 햇살에 부서지며 반짝거리는 수평선이 멀리서 반기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이름 모를 새들이 2층 베란다까지 솟아 있는 나뭇가지에 우리를 향해 노래를 불렀고, 문을 열면 청량한 공기가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라산을 갈 수도 있고, 성산일출봉도 갈 수 있으며, 주변의 오름도 오를 수 있는 곳.
또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언제든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환경. 그런 환경이 처음엔 낮설지만 이내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부푼 설레임, 일상의 탈출, 그리고 두달 동안 주어진 자유”

처음엔 그런줄로만 알았죠. ^^;
남들이 보기에도 우리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제법 근사하게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사란 게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있는 법.

몇 년 전, 출 퇴근을 반복하며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게 없었던 우리부부가 지금은 그러한 올가미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우리의 제주도 생활을 시셈이라도 하는 걸까?
평소엔 잠잠하던 거래처에서 발주가 막 들어오기 시작하니 이거 잘못했다간 제주도에서도 꼼짝없이 방콕하며 컴퓨터와 씨름해야 할 판.
결국 원활한 생활과 진정한 자유를 위해 속쓰리게 거절해야 했던 일들..아니 돈들 ㅠㅠ
안그래도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직업인데 제주도에 와서도 그러한 고통은 계속되니 다름 아닌 글감에 대한 압박입니다. ^^;

낚시를 주제로 한 블로거에게 제주도만큼 좋은 무대는 없죠. 낚시면 낚시, 여행이면 여행, 여기에 맛집 기행까지..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정보조차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였습니다.
어디서 무엇부터 실타래를 꿰매야 할지 종잡지 못했던 것입니다.

남들 다가는 뻔한 여행지는 이미 많은 소개가 됐으니 가기가 싫었고, 그렇다고 숨은 여행지를 찾자니 발에 땀나도록 발품 팔아야 했고..
맛집은 솔직히 기준도 모르겠고, 이미 맛집이라 소문난 유명 음식점들은 기대에 한참 못미쳤고..
낚시도 포인트 정보를 모르니 무작정 나섰다가 바람과 파도에 시달림. 결국 빈작을 면치못했고..
그런데 매일아침 신문을 받아 보듯 아침이면 찾아와주시는 독자님들 때문에 글은 하루라도 거르지 말아야겠고..

“제주도에서 생활하면 소재가 넘쳐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정반대”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왔습니다.

고내리 방파제에서 생활낚시, 제주시 애월

너울 파도와 싸우며 낚시하는 아내, 서귀포시 논짓물에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낚시, 제주 차귀도 지실이

활활 타오르는 일출을 보며, 서귀포시 예례동

생활낚시의 꽃 구멍치기, 모슬포 방파제

황혼을 낚는 아내, 한림 판포방파제

70cm급 부시리를 낚은 아내, 송악산 부남코지

37cm 긴꼬리 벵에돔, 제주 관탈도

낚시인이라면 한번쯤 가봐야 할 포인트를 순회공연하듯 했던 입질의 추억.
끝내 마라도를 가지 못해 목표한 바를 전부 이루지 못했고, 또 명 포인트가 주변에 산재해 있어도 중복 컨텐츠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새로운 곳을 탐사하다
보니 원할 만한 조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았지만 낚시만큼 ‘실패는 곧 성공의 어머니’란 속담이 잘 들어맞는 레포츠가 또 있을까?
당시엔 피를 말리는 출조였지만 대신 내공이라는 이름의 살들이 제 안에 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주도 낚시를 통해 얻게 된 교훈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저를 든든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글과 사진..그리고 제 블로그를 통해 소통으로 화답해주시는 모든 분들”

이 모든 것이 저에겐 든든한 재산으로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60일간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추억은 역시 낚시였습니다. 동시에 저를 가장 괴롭게 만든 것 또한 낚시였지요.
조과가 없는 날이면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참 갑갑했습니다. 얼마전 낚시채널 FTV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장 힘든 건 꽝 조행기를 편집하는 것”

그것은 글을 쓰는 블로거나 영상을 편집하는 분들이나 마찬가지일꺼예요.
잡은 고기가 없는데 무슨 에피소드가 나오겠습니까. 글 쓰는 사람도 힘 빠지지만 보는 사람도 맥빠지는 부분입니다.

제주도에 살면 낚시를 자주 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였습니다.
바다낚시는 언제나 기상이 발목을 잡습니다. 언틋 보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듯 보이지만 제주도 바다는 특유의 강한 바람과 파도가 있어 구름 한점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못 갔던 적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럴때 마다 방안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했으니 6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하루하루를 금같이 보내야 하는 제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 갈만 하지요.

바다에 나가면 하면 NO멀미, NO생리현상으로 낚시와의 찰떡궁합을 가진 듯한 아내.
하지만 기상의 악조건, 배고픔, 체력소모까지 이겨내기엔 여성으로서 늘 부담이였을 겁니다.
배고픔에 의아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이건 개인적인 낚시 스타일과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부부는 한번 낚시에 집중하면 좀 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는 편이다 보니 엉덩이 한번 땅에 안붙인 채 낚시하면서 끼니도 거를 때가 많습니다.
대신 낚시가 끝나면 잃었던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제대로 차려서 먹는 편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날 잡은 생선에 한해서지요.^^

불필요한 외식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부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급자족이였습니다.
그 날 잡은 조과가 풍성하다면 상차림도 풍성하지만 못 잡으면 못 잡은대로 먹는 것도 과정이라 생각했기에..
그렇지만 제주도에서의 입질의 추억은 입맛의 추억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부시리

겨울 부시리회

배지근한 맛이 일품이였던 긴꼬리벵에돔회

담백하고 탱글탱글한 쏨뱅이회

벵에돔회가 와르르, 냄비 회덮밥

벵에돔 연탄구이

맥주안주로 그만인 부시리 튀김

수평선 멀리 소관탈도가 보인다

제주도 낚시에서 가장 피크타임인 ‘일몰 시간’. 제주꾼들은 해창이라고 말하는데요.(해창이란 표현은 일제의 잔재이므로 가급적 표기를 지양합니다.)
서울에서도 하루에 한번은 반드시 맞이하는 일몰 시간이지만 늘 바다와 함께 할 수 없기에 그리움은 커져만 갑니다.
위 사진은 시계(視界)가 좋은 날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 본 소관탈도입니다.
뱃길로 한 시간을 달려야 닿는 소관탈도가 참 가깝게 보이는데요. 지금은 하선금지가 되어 선상낚시만 가능합니다.
아마 저곳엔 대물 참돔과 돌돔들이 득실되고 있겠지요. 생각만 해도 흥분됩니다.^^

제주도에서 마지막 날, 우리부부를 위해 송별회 자리를 마련해 주신 아이엠피터님 부부

 

 

제주도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은 마지막 날 밤에 있었습니다.
아이엠피터님 부부가 손수 차려준 정성스러운 음식들.. 솜씨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날 저는 맛과 감동 두 가지를 먹고 왔습니다.

인천행 배를 타는 날,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서며

그 마음 그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제주도를 떠납니다.
낚시 결과는 아쉽지만 그래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지금까지 잡은 것 보다 앞으로 잡아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이 블로그엔 여전히 생생했던 그 날의 기록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몇 십년이 지나도 데이터가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면 훗날 우리가 노부부가 되었을 때 지금의 기록들을 보면서 ‘저때는 저랬지’하며 웃을 날이 오겠죠.
블로그를 한다는 것. 바로 그러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요? ^^

내일 이 시간에는 60일간 제주도 생활과 낚시를 하면서 들어갔던 예산과 내역을 모두 공개할까 합니다.
아내는 이 날을 위해 지금까지 가계부를 꼼꼼히 적어왔다고 합니다. 제 2의 입질의 추억을 꿈꾸는 분들, 그리고 제주도에서 장기숙박을 꿈꾸는 모든 분들
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보 공유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질의 추억의 각본없는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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