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퇴출법’ 발의한 새누리 역시 구태의 원조

2012년 12월 4일 8시. 아마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참모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었나 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활약’을 지켜보자니 부아가 치밀고 두렵기까지 했나 보다.

박정희는 박근혜의 사적인 부분? 틀린 얘기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 후보 아버지의 과거를 거론하는 등 부당하게 인신공격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다름아닌 박 후보 지지자들이다. 하지만 과잉반응이다.

박 후보 아버지는 사인(私人)이 아니다. ‘박근혜의 아버지’를 떠나서 18년 동안 철통같은 권력을 휘둘렀던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 딸이 출마했으니 박정희가 거론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타임> <르몽드>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들도 박 후보를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소개하고 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선후보가 돼 TV토론에 출연했고, 박정희식 사고와 대척점을 형성하는 진보정당의 후보가 ‘역사적 인물 박정희’의 과거와 관련된 얘기를 꺼냈다.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 할만한 얘기를 한 거다.

▲’한국 독재자의 딸 대선 출마’(로이터통신) <출처: 오마이뉴스>

이정희 발언, 듣기 싫어도 사실인 걸 어쩌나

‘다카키 마사오’의 혈서와 일제에 대한 충성 맹세. 박 후보와 새누리당으로서는 결코 들춰보기 싶지 않은 과거이겠지만 어쩌겠는가.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인 것을. 박 후보와 박정희 지지자들의 귀에 ‘독재자’라는 수식어가 무척 못마땅하게 들릴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이자 국제사회의 ‘평가’가 아닌가.

박 후보에게 ‘이정희 기피증’이 대단한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황영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5명이상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후보나, 직전선거에서 3%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평균 5%이상인 후보에게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TV토론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국회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보유의석수 20석 이상) 후보자 또는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5% 이상인 후보자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을 발의한 황 의원은 노골적으로 이정희 후보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1%의 지지도 못받는 이정희 후보가 토론희의 판을 주도했는데 많은 국민이 이를 보고 잘못된 토론이라고 평가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웃긴다. 능력만 있다면 지지율 1% 후보도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새누리와 박근혜 입맛에 맞게 법개정?

이 법이 통과된다면 통합진보당 등 군소정당은 TV토론에 나갈 수 없게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만 출연할 수 있을 것이다. 군소정당의 씨를 말려서라도 제 입맛에 맞도록 법을 뜯어 고치겠다는 얘기다. 고약한 발상이다.

명분 없는 짓이다. 양당 후보간 TV토론을 하자는 문재인 후보의 수차례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새누리당 아닌가. 법개정을 들고 나오려면 당장 양자 TV토론에 응하는 게 이치에 맞다. 제 입맛에 맞는 것만 가려먹겠다는 새누리당의 ‘편식증’을 곱게 볼 유권자는 박근혜 열혈 지지자 빼고는 없을 것이다.

이정희 후보에게 화들짝 놀라더니 기어코 ‘이정희퇴출법’을 들고 나왔다. 그럴줄 알았다. 구태정치의 원조다운 짓거리다. 앞으로 두 번 남은 TV토론에 이 후보를 배제하거나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중앙선관위를 조르다가 방도가 없으니 들고 나온 게 고작 법개정이란 말인가.

새누리당의 ‘입맛정치’, 그 솜씨는 일품이다. 최근 대표적인 게 바로 결선투표제다. 야권의 결선투표제 제안에 “사실상 양당제로 운영되는 국가(한국)에게 맞지 않는 제도”라며 손사래를 친다. 비뚤어진 시각이다. 사실상 양당체 형태로 돌아가고 있지만 헌법정신은 정치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가치를 둔 ‘다당제’다.

새누리의 ‘입맛정치’, 이건 엄청난 배임행위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뻔하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나오지 않은 경우 다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3위 이하의 후보들이 2위 후보와 단합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일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야권단일화를 증오하는 새누리당에게 결선투표제 또한 증오의 대상일 것이다.

이정희 후보의 ‘다카기 마사오와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검은돈 6억원’ 발언 등에 깜짝 놀란 새누리당이 ‘이정희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고 나온 깜짝 조치도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일 안철수 전 후보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원 감축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도 반대했던 안을 기득권 담장이 가장 높은 새누리당이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 전 후보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전전날 TV토론의 ‘감표요인’을 희석시키기 위한 ‘깜짝쇼’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법을 뜯어고치겠다는 새누리당. 엄청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당의 이익을 위해 사사롭게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명백한 배임이자 국회의석 과반을 가진 거대정당의 횡포다.

‘이정희퇴출법’, 이게 바로 구태정치의 전형

TV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의 발언에 다소 거칠어 보이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토론에서 이 정도조차도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토론이 아니다. 연설이나 정견발표에 불과할 것이다. 이 후보의 발언에 허위는 없다. 몇 군데 돌출발언 때문에 법개정을 하겠다는 새누리당, 어찌 이렇게 용렬한가.

만일 이정희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박 후보에게 한 것처럼 그렇게 공격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새누리당이 법개정 필요성을 주장했을까.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잘된 토론이라고 이 후보에게 박수를 보냈을 게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반복하는 것, 이게 바로 국민을 무시하고 유권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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