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좋은 집 너무 순진하거나 너무 발랑 까졌거나

섹시 개그우먼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렸던 곽현화가 영화 배우로 데뷔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전망좋은 집]입니다. 하지만 곽현화의 영화배우 데뷔라는 화제는 곧바로 곽현화의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화제로 바뀌었고, [전망좋은 집]은 연일 ‘곽현화의 파격적인 노출’을 마케팅으로 영화를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쎄요. 그러한 영화의 홍보가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들어서 ‘여배우의 파격적 노출’을 홍보 아이템으로 사용한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쓴 잔을 마셨기 때문이고, [전망좋은 집] 역시 어김없이 흥행 실패의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차 판권시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하긴 돌이켜보면 예전에도 에로 영화는 극장보다는 비디오용 영화로 인식되곤 했었고, 비디오 시장이 죽은 이후에는 다운로드 시장이 에로 영화의 새로운 판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망좋은 집] 역시 명분상 단 며칠만 극장에서 상영한 이후 곧바로 다운로드 시장에 직행하였습니다.

[자칼이 온다]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 퍼진 후라이드 치킨 냄새에 매료된 저는 [자칼이 온다]를 포기하고 집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 먹었습니다. 구피와 함께 한마리를 뚝딱 처리하고 나니 포기한 영화가 아쉽더군요. 그래서 가볍게 볼만한 영화가 없나 고르던 와중에 결국 러닝타임도 짧고, 심각하지 않은 [전망좋은 집]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에로 영화는 다운로드 시장에서…’라는 공식이 제게도 통하긴 통했네요. 극장에서라면 [전망좋은 집]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던 저도 이렇게 다운로드로는 이 영화에 관심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하나경은 왜?

[전망좋은 집]은 영화의 시작부터 주연을 맡은 하나경과 곽현화의 몸을 흝어나갑니다. 그리고 곧바로 하나경과 곽현화의 서로 상반된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하나경이 연기한 아라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팀장으로 개인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자 고객들과 거침없는 섹스를 즐기는 여성입니다. 곽현화가 연기한 미연은 남자들이 동경하는 글래머한 몸매와는 달리 자신의 내면을 사랑해줄 남자는 찾고 있는 순진무구한 여성입니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보니 영화에서 노출은 하나경의 몫이고, 곽현화의 노출은 보일 듯 말듯 관객의 관음증을 건드리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하나경은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요? 노출에 대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정작 노출씬이 거의 없는 곽현화에게 쏟아지는 상황이 분명 하나경에게는 억울할 것입니다. 여배우로서는 힘든 노출은 혼자 다 했는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곽현화가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나경에게는 억울한 측면이 분명있지만 곽현화에게 이름값에서 밀린 결과입니다. 하나경 역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망좋은 집]을 통해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겠다는 전략이 보입니다. 그 결과 하나경은 영화에서 과감한 노출을 선보입니다. 영화 개봉 전에는 곽현화에게 몰린 스포트라이트가 영화 개봉 후에는 자신에게 몰릴 것이라는 계산이 다분히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경이 한가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녀는 배우라는 점입니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으로 승부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노출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었을때 관객에게 진정한 평가를 받습니다. 노출을 내세워 영화 배우로 데뷔한 대부분의 신인 배우들이 그 이후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유는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경의 연기력은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막장이었습니다.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하나경이 곽현화에게 몰린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빼앗아올려면 파격 노출보다 연기력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습니다.

곽현화는 왜?

영화 배우로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노출씬을 선택한 하나경. 재미있는 것은 곽현화가 [전망좋은 집]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경과 정반대의 이유로 보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곽현화는 섹시 개그우먼이라는 자신이 덮어쓴 굴레를 벗어버리기 위해 [전망좋은 집]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영화 홍보 당시에는 ‘곽현화의 노출’이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망좋은 집]의 곽현화 노출은 관객의 관음증을 건드리는 것 그 이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녀가 TV나 SNS에서 보여준 노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좋은 집]은 마치 곽현화가 파격적인 노출을 한 영화로 홍보를 한 것이죠. 하나경과는 다른 의미에서 곽현화 역시 그러한 상황이 억울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곽현화는 [전망좋은 집]을 통해 자신이 구축하고 싶은 새로운 이미지를 꾸준히 추구했습니다. 그것은 극중 미연이 그러하듯이 방송에서 그녀가 입고 나오는 노출이 심한 의상은 그저 그녀의 옷 취향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고 해서 자신에게 야한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그녀는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실제로 미연은 아라에게 그와 같은 대사를 합니다. 그리고 시구절을 외우거나, 어려운 책의 멋진 글귀를 중얼거리며 섹시 개그우먼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벗고 섹시하지만 지적이고, 귀여우면서 진실된 사랑을 찾는 보수적이고 순진한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미지는 캐릭터 하나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미연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비현실적이고, 그러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뒷받침해줘야 하는 곽현화의 연기력이 미숙하다보니 [전망좋은 집]의 미연으로는 오랫동안 쌓아 올린 곽현화의 이미지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아라는 왜? 미경은 왜?

제가 [전망좋은 집]을 소개하면서 영화가 아닌 하나경과 곽현화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망좋은 집] 자체가 하나경과 곽현화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할만한 이야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망좋은 집]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나경의 노출과, 섹시 개그우먼으로 이름을 알린 곽현화를 이용한 마케팅이 전부인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도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랑에 대한 생각을 가진 아라와 미연이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한 [전망좋은 집]의 내용은 영화를 보는 제게 전혀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채 어영부영 마무리되어 버립니다.

영화의 내용이 공감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극단적인 캐릭터 때문입니다. 미연은 너무 황당할 정도로 순진합니다. 자신을 몰래 지켜보는 이웃집의 관음증 남자에 대처하는 그녀의 태도가 그러합니다. 자신이 읽는 책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쪽지로 남겨준다고 해서, 자신의 진실된 내면을 봐주는 남자라고 착각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아라는 너무 황당할 정도로 발랑 까졌습니다. 어느 영화에서(영화 제목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섹스 중독증에 걸린 한 여성이 이런 고백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예쁜 옷을 보면 입고 싶은 충동이 생기듯이 멋진 남자를 보면 섹스를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그런데 아라가 그러합니다. 공인중개소 사무실 남자 손님들과 벌이는 그녀의 섹스는 정상적이라기 보다는 섹스 중독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병적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극단적인 캐릭터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노출을 통해 뜨고 싶은 하나경이라는 무명 배우와,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하는 곽현화라는 섹시 개그우먼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위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닌, 배우를 위해 영화를 만든 느낌. 제가 보기에 [전망좋은 집]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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