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유임, 인맥축구 시즌2 재현되지 않으려면

홍명보 유임은 예상된 일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본선 1무 2패 및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놓고 보면 사령탑 경질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그의 계약 기간은 2015년 아시안컵까지였다. 심지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 명장 영입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홍명보 유임 발표 기자회견이 벌어졌던 3일 오전 10시 이전에는 홍명보 감독 유임을 원하는 사람이 52%가 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이러한 정황들을 놓고 보면 홍명보 유임은 뻔한 일이었다. 인터넷에서는 홍명보 경질을 원하는 여론의 반응이 절대적이었으나 실제로는 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과 함께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의 계약 기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반응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그동안 ‘독이 든 성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사진=홍명보 감독 (C) 나이스블루]

그러나 홍명보 유임이 화가 나는 이유는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중에 어느 누구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참담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할지라도 여론에서 진정성을 의심받을 것이 뻔하다. 이미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홍명보 유임을 발표했으며 2015년 아시안컵까지는 한국 대표팀 감독이 바뀌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였거나 또는 대한축구협회가 일찌감치 책임을 졌으면 이렇게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브라질 월드컵 부진은 홍명보 감독보다는 2010년부터 4년 동안 3번이나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대한축구협회가 더 문제였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허정무 당시 감독에서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을 거쳐 홍명보 감독이 지난해 여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재임 기간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대표팀 경기력에 기성용 SNS 논란까지 빚어진 대표팀의 악재를 홍명보 감독이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잦은 감독 교체가 문제였다.

이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홍명보 감독은 2015년 아시안컵을 통해 런던 올림픽 동메달 감독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은 다르다. 만약 한국이 우승하면 아시안컵에서 55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징크스가 깨진다. 한국 축구 대표팀 경기력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로 발돋움하면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세계적인 강팀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러시아에 적응하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2018년 월드컵을 위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홍명보 유임은 인맥축구 시즌2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아시안컵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며 한국이 치러야 할 A매치는 한정적이다. 팀의 공수 짜임새와 선수간의 호흡이 완성되는데 있어서 새로운 선수끼리의 손발이 제대로 맞을지 의문이다. 그 문제가 점점 심화되면 홍명보 감독이 지휘했던 연령별 대표팀에 포함되었던 선수 및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 위주로 아시안컵 엔트리가 꾸려질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없으나 홍명보호 연령별 대표팀에서 적잖은 출전 기회를 얻었던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마도 누군가는 대표팀이 옛날처럼 장기간 합숙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해외파 비중이 절대적이면서 K리그 스타들의 해외진출이 지금도 끊이지 않은(이명주, 조원희가 각각 UAE, 일본으로 진출했다.)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면 대표팀에서 국내파 장기 훈련으로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됐다. 아시안컵에서는 해외파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실패 원인 중에 하나는 과거에 비해 폼이 떨어졌거나 경쟁력이 저하된 해외파 몇몇 선수가 주전으로 기용되거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에는 런던 세대들이 꽤 있었다. 박주영, 윤석영, 구자철, 박종우, 지동원, 김보경, 김창수가 대표적이다. 이래서 홍명보 감독의 인맥축구 논란이 불거졌다.

아시안컵에서는 선수들이 활동하는 리그와 관계없이 소속팀에서 맹활약 펼치는 선수 위주로 대표팀이 구성 되어야 마땅하다. 소속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선수는 월드컵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깨달았다. 한국이 55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이 되려면 근본적으로 홍명보 감독의 브라질 월드컵 실수가 아시안컵에서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여부는 홍명보 감독의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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